그날도 평소처럼 일만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대표님이 에버노트를 써보자고 한다.
- 그거 유료 아니에요?
- 아냐,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
물론 난 1년 치를 결제해서 사용하고 있지.
만약 유료 버전이 필요하다면
회사 카드로 구입해도 된다고는 했지만
일단 그냥 무료로 사용부터 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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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note.com
그들의 카피 문구처럼
최고의 노트 필기 앱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이 프로그램을 깔아보니
예전에 내가 쓰던 노트들이
꽤 많이 있었다.
그때도 '최고의'이라는 말에 넘어가서
사용했는지 모르겠지만
한참 동안 과거의 나를 탐색해 볼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제일 첫 장에서 눈에 띈 것은
2020년 11월 3일.
마지막 메모였다.
코딩이라는 용어가 지금보다
조금 덜 유행했을 때였다.
유행을 따라 공부라도 해놓자며
유튜브 영상을 찾아가며 연습을 했고,
두서없는 내 학습을 정리하기 위해
당시 에버노트를 사용했었다.
나의 메모의 방식은 다양했다.
내가 만든 결과물을 스크린샷 해놓거나,
내가 연습했던 코드를
모조리 복사해서 코드 블록으로 저장해 놓은 것,
그리고 각종 아이디어를 단어장처럼
메모해 놓은 것들이 있었다.
난 이런 홈페이지를 만들 거야.
난 이런 어플을 만들 거야.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면 대박 나겠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나였지만
이런 상상을 하며 흐뭇해했었다.
그때는 메모를 대충 짜깁기만 해서
붙여 놓은 줄 알았는데
지금 다시 보니 꽤 정리를 잘해놓았다.
- 나, 시간 많이 썼겠네.
아! 순간 급하게 밀려오는 감정은 딱 하나였다.
계속했더라면.
너무 많이 미뤘구나.
코딩 공부를 잠시 멈추고
고작 한 두 달 쉬었겠지, 라며
늘 착각을 하고 있었다.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어! 라며
거짓 자신감으로 날 속였다.
그때 공부를 하던 열정이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질 만큼
열심히 했었는데
그게 벌써 2년 전이었다니!
조금씩, 매일, 계속했으면 어땠을까?
미루지 않았다면
지금의 난 좀 더 다르지 않았을까?
싫다, 싫다! 속으로 소리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붙어 있는 이 회사를
이미 박차고 나가진 않았을까.
난 왜 그랬을까.
후회가 밀려왔다. 아! 너무 극심한 후회였다.
앞으로 미뤄서는 안 된다. 안 그럴 것이다.
나는 종종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고,
파도처럼 밀려오는 동기부여를 받는 일들이
가끔 생긴다.
지금 이 티스토리가 그렇다.
이것도 예전의 나처럼
이대로 몇 번만 하다가 말 거냐?
또다시 2년 뒤에
'아, 티스토리라도 잘해 놓을걸' 하며
안타까움만 느낄 것인가?
이제는 그러면 안 된다. 나 다짐한 것처럼
이제 행복해질 일들만 남았기에
더 이상 미루지 않을 것이다.
후회(後悔)
- 이전의 잘못을 깨치고 뉘우침
후회의 뜻은 이전의 잘못을 깨치고 뉘우침이다.
이 뜻만 보면 후회는 많이 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전의 나에게는 잘못이 참 많았다.
그래서 난 후회를 한다.
그리고 지금은 뉘우친다.
내 잘못을 안다는 것은
새로운 길을 발견한 것만큼
처음 겪는 일이다.
그래, 후회를 하자.
그리고 내일부터는 안 그러자.
나에겐 꾸준함이 필요하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난 이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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